임신 중 약물로 인한 태아의 기형 가능성

임신 중 약물사용으로 인한 태아 기형의 발생 유무를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는 한 가지 약물보다는 여러 약물이 동시에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으며 모체가 태아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 (예를 들면, 당뇨병, 갑상선 기능항진증, 악성암으로 항암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동물실험의 기형이 유발이 됐다고 하더라도 사람에서는 치료목적으로 소량의 약물을 사용하여도 기형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 중 사용된 약물의 효과는 7가지의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약물의 영향이 없는 경우, 유산이 되는 경우, 태아발육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발육은 정상이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 암을 유발하는 경우,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 그리고 기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28일의 월경주기를 가진 여성이 약물사용 후 임신이 된 경우 태아 기형의 위험 가능성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마지막 월경시작일을 기준으로 세 가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착상 전 시기 : 마지막 월경시작 첫날부터 4주까지

수정 후부터 착상 전까지 4주간의 시기로 ‘all or nothing’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임신이 지속된다면 태아에게 약물로 인한 기형의 가능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약물로 인하여 다소간의 세포가 피해를 입는다면 배아는 죽거나 살아남는다면 기형의 위험성이 없이 100% 정상적인 형태로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 약물을 복용한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무조건 유산을 생각하거나 임신을 지속하더라도 분만할 때까지도 약물로 인한 기형의 가능성 때문에 고통 받는 임산부가 현실적으로 많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all or nothing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임산부에게 꼭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배아시기: 마지막 월경 시작 후 4주부터 10주까지

기관형성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배아시기로 심장과 중추신경계의 틀이 완성되어지는 시기이다. 심장기형과 관련된 약물도 이 시기에 복용할 때만 심장기형 형성에 영향을 주므로 이 시기 지나 심장기형을 유발하는 약물을 끊는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10주말경에는 귀와 구개가 형성되므로 소위 말하는 ‘언챙이’의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약물의 복용은 피해야 한다.

3. 태아시기: 마지막 월경 시작 후 10주부터 분만까지

태아의 장기는 이미 형태를 갖추고 내부 장기와 뇌의 발달을 비롯하여 기능적인 발달에 중요한 성숙이 이뤄지는 시기지만 태아는 약물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태아는 뇌와 눈 등에 정신박약과 실명 같은 기능적인 이상이 초래되거나 임산부가 마신 알코올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심장의 혈류 변화가 계속되면 심장의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임신 20주에서 25주에 양수양을 감소시키는 약물은 태아의 폐 발달도 감소시키게 된다.

미국식품의약청 (FDA)의 임신과 관련한 약품분류

1980년 미국식품의약청이 약품을 임신과 관련하여 제정한 분류방법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약물의 유용성과 모성과 태아의 위험성에 기초한 치료적 지침을 제공하고자 약물을 A군, B군, C군, D군, X군으로 구분하여 아래와 같은 구분방법을 마련해 놓았다.

A군 : 사람에서 태아에게 위험성이 증명되지 않은 소수의 약물(종합비타민)

B군 : 동물에서는 태아위험성이 없지만 사람에서는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거나 동물에서는 위험성이 있으나 사람에서는 위험성이 없었던 약물(페니실린 계통약이 대표적이며 흔히 사용되는 약물의 일부)

C군 : 동물과 사람에서 충분한 연구가 없거나 동물에서는 위험성이 있으나 사람에서는 아직 연구결과가 없는 약물(임신 중 투여되는 약물의 대부분)

D군 : 태아의 위험성의 증거가 있으나 유용성이 위험성보다 큰 약물

X군 : 태아의 위험성이 유용성보다 큰 약물 (예: 여드름 치료제인 isotretinoin은 신경관, 안면, 심혈관에 다발성 기형 유발)

그러나 이것은 제한적인 동물 실험에 기초하기 때문에 분류에 있어서 현실과 시간적으로 분류에 있어 느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구피임약의 경우 과거 X군으로 분류되어 태아의 기형가능성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인공유산의 빌미가 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태아 기형의 위험성과 상관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사실상 B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임신과 관련한 약물사용 상담

약물을 사용하면서 임신이 된 경우 태아 기형의 가능성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약물과 투여시기에 대하여 정확히 알아서 판단하여야 하며 필히 임신과 약물에 대하여 최견 지견을 지닌 의사나 의료인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기형의 발생가능성은 항상 100% 장담이 어려우므로 임신 종결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임산부 자신과 가족이 의논하여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물로 인한 태아의 기형 유발 가능성은 너무 강조되어 알려진 반면 임신 중 약물치료의 유용성은 과소평가된 면이 없지 않다. 임신과 관련하여 약물요법은 항상 위험성과 유용성을 최신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약물 사용 후 태아의 기형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귀중한 생명을 없애는 비극은 적어도 없어져야 하겠고, 급성 혹은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여성에서 임신 중이라 하여 약물로 인한 태아의 위험성을 염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화성오산신문(hosh6321@choll.com)